삼성전자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안정적인 1위에 올라섰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을 제쳤고, 애플과의 격차는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일반폰까지 합친 시장에서도 14년 동안 1위를 유지했던 노키아마저 제치고 사업 진출 23년 만에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이런 성과는 특히 '아이폰 쓰나미'에 떠밀려 큰 위기에 몰렸다가 극적으로 반전시킨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아직까지 '아이폰 쓰나미'에서 확실하게 살아 돌아온 경쟁 휴대폰 글로벌 기업은 삼성 외에 거의 없다. 아이뉴스24는 사지에서 돌아와 세계 최강으로 자리매김한 삼성전자의 저력이 무엇인지를 긴급진단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삼성폰 왜 강한가-3] 삼성-애플 갈림길은 제조와 유통스마트폰 업계 세계 최강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가장 큰 차이 가운데 하나는 제조 기반이다. 애플은 아이디어와 상품 기획에 집중하면서 상품 제조의 경우 아웃소싱을 하는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제조 능력이 최대 강점인 회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혁신의 프리미엄'이 시장을 호령할 때는 전자가 유리하다. 그러나 '혁신의 프리미엄'이 묽어지고 시장이 블루오션에서 점차 레드오션으로 바뀌어갈 때는 후자가 더 유리할 수 있다. 혁신의 프리미엄이 끝나갈 때는 혁신적인 아이템을 통해 크게 판을 흔들 수단이 없기 때문에 유연한 제조 시스템을 기반으로 빠르고 미세하게 시장에 반응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삼성이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이런 시장 상황의 변화 때문이다.
두 회사는 유통 분야에서도 상당히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동통신사 중심의 휴대폰 유통구조를 인정한다. 오히려 이들을 존중하며 이통사별로 맞춤형 제품을 제공한다. 제조 시스템이 유연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애플의 경우 이와 반대로 이통사 중심의 휴대폰 유통시장 또한 혁신의 대상으로 본다. 제조 시스템이 유연하지 않기 때문에 제조사가 만든 제품을 이통사가 단순히 유통하는 구조로 가는 것을 희망하고 있는 셈이다.
◆애플이 고급 전문식당이라면 삼성은 고급 뷔페제조 기반에 대한 두 회사의 차이는 제품의 차이로 나타난다.
애플은 보통 1년에 단 1종의 아이폰만 내놓는다. 최근에는 그 주기가 더 길어졌다. 하나의 상품을 내놓되 그것이 세계 최고의 품질임을 내세우는 것이다. 누구나 다 같은 요리를 먹되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문 음식점의 영업 방식에 비유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화면의 크기, 가격대별로 성능 차별화, 이통사 주문에 따른 기능의 다양화 등을 통해 골격이 같은 제품이라도 다양하게 변주한다. 크게 골격을 바꾼 제품도 애플보다는 훨씬 자주 출시한다. 개발 라인이 애플보다 더 많고 자체 생산시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생산 라인을 더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전자의 영업 방식은 전문 음식점이라기보다는 고급 뷔페에 비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애플은 끊임 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변덕스러운 소비자의 입맛을 달래기가 쉽지 않다. 아이폰은 휴대폰 혁신의 상징이지만, 애플은 그 혁신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매년 신제품을 내놓을 때 마다 소비자들은 애플이 또 한번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내주길' 기대하고 있으며, 만약 그게 기대 이하일 땐 실망감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애플은 아이폰4S 발표 당시 아이폰4와 외관과 스펙 등에 차이가 없다며 혹평을 받았다. 문제는 평가가 좋지 않다고 해도 1년에 단 1종의 스마트폰을 내놓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은 작년 4분기 3천700만대를 기록한 이후 지난 1분기 3천300만대, 2분기 2천600만대로 급감했다. 아이폰 신제품은 대체로 4분기에 등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고객 선택의 폭을 제한한다는 것"이라며 "휴대폰 교체 주기가 빠른 나라의 경우 애플 제품보다 타사 제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애플과 180도 다른 정책을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국내에서만 20종 출시했다. 해외에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라인업이 많다.
갤럭시S 시리즈만 해도 갤럭시S2, 갤럭시S2 LTE, 갤럭시S2 LTE로 다양하다. 그 외 갤럭시노트 시리즈뿐 아니라 갤럭시M, 갤럭시R 시리즈도 있다. 거기다 통신사별 맞춤 단말까지 개발해 스펙을 달리한다.
다품종이 가능한 건 다양한 개발 라인과 신속, 제조 시스템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략 스마트폰 1종을 만드는 데 어림잡아 직원 1천명이 투입된다.
스마트폰 외관을 담당하는 기구개발 그룹과 회로 등 내부를 담당하는 하드웨어 개발 그룹에서만 100여명과 200여명의 개발진이 매달린다. 이 뿐만 아니라 수백개 부품 협력사들이 생산에 참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성공 배경에는 삼성만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개발 라인과 신속 제조 시스템이 뒷받침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급망관리시스템(SCM)의 힘애플이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세계는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놀랐다. 애플 앱스토어는 세계 개발자 누구나 참여해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는 '참여와 공유'의 장이 됐다.
당시 국내에도 SW 육성 붐이 일었던 건 '애플 쓰나미'에 떠밀린 것과 다름없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때 하드웨어 경쟁력밖에 가진 게 없다며 질타받기도 했다.
2012년,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경쟁력은 빛을 발하고 있다. 대규모 내부 전담 인력과 수백개의 협력사는 트렌드에 적합한 제품을 경쟁자들 보다 먼저 내놓을 수 있는 저력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승승장구하면서 협력사들의 실력과 매출도 성장했다.
삼성전자와 협력사들의 공고한 협력 체계는 갤럭시S3 사례에서 알 수 있다. 갤럭시S3 출시 2주전 배터리커버 불량이 문제가 돼 전량 폐기처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내부 개발팀과 배터리커버, 컬러 업체들이 2주간 밤을 샜다. 만족할 만한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매일 몇 개씩 샘플을 만든 끝에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3 배터리커버 불량 문제는 협력업체들과의 공조를 통해 위기의 순간을 잘 넘길 수 있었던 대표 사례"라며 "SW 중심의 타사와 같은 길을 가란 법은 없다. 우리나라 휴대폰 제조는 고유의 특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큰 저력은 자사 스마트폰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베이스밴드(통신 모뎀), D램 등 핵심부품을 내재화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3 LTE'에 자체 개발한 LTE모뎀을 탑재한 건 CDMA 상용화 이후 국내 모뎀 시장을 독점해온 퀄컴에 '독립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AP이나 LTE 모뎀은 뛰어난 칩 제조 능력 덕분에 납기, 원가, 품질 면에서 퀄컴보다 유리하다고 판단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모뎀, AP, D램까지 원칩으로 개발, 통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삼성전자는 애플에 AP를 공급하면서 AP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삼성전자를 비롯 대부분 업체가 퀄컴의 칩을 사용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휴대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상태에서 자사 AP, 모뎀의 비중을 높여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제품 스펙도 스마트폰 경쟁력의 주요 포인트인 만큼 부품 내재화는 스스로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하고 출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키포인트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갖지 못한 세계 269개의 우군이 있다애플은 아이폰 개발과 공급뿐 아니라 유통과 판매, 서비스까지 통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 이동통신사에 아이폰을 같은 가격에 판매하도록 하는 것 뿐 아니라 홍보 및 마케팅까지 제한한다. 아이폰에 이통사의 로고를 넣거나 특화 서비스를 별도로 탑재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기존 이통사 중심의 단말기 유통의 룰을 애플은 '애플식'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아이폰 출시국가 중에서 1위 이동통신사가 아이폰을 먼저 들여온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2위 이하의 사업자로, 기존 시장을 뒤집기 위해 자존심과 기득권을 버리고 아이폰을 들여온 것이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다른 정책을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145개국 269개 이동통신사들를 통해 갤럭시S3를 출시했다. 269개의 갤럭시S3는 같은 제품이 하나도 없다. 각 이통사의 로고뿐 아니라 이통사 특화 애플리케이션도 넣어달라는 대로 넣었다.
바탕화면, 초기화면도 각 이통사별 모델이 약간씩 다르다. 홍보 마케팅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갤럭시 자체 브랜드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통사의 요구를 있는 대로 허용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이 자신들에게 굴욕을 주는 애플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를 얼마나 환영했을 지 알 수 있다. 이동통신사들을 우군으로 만들고, 더 많은 갤럭시를 팔 수 있었던건 그 같은 배경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유통 전략에서 삼성과 애플은 극단적으로 다르다"며 "삼성은 이통사를 상생의 파트너로 보는 반면 애플은 이통사를 혁신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특별취재팀: 김현주, 박웅서, 백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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